티스토리 뷰

반응형

디아블로 시리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이
가슴 아픈 스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성역의 인간들이 천사한테 죽고 악마한테 죽고
타락한 천사한테 죽고 심지어는 자신들의 선조한테도
죽임을 당하는 세계니까요.


당장 디아블로1의 주인공 삼인방만 보더라도, 각각
고문으로 타락해서 친구들을 죽이는 악마가 되었고
대악마 처치하겠다고 나섰다가 미쳐서 악마화되었고
그 악마한테 일가 왕조가 몰살당해서 복수했다가
본인이 대악마의 숙주가 되어버리는데 더 말해 뭐합니까.
심지어 죽은 아버지가 언데드로 까지 이용당합니다.(레오릭 왕)

이런 세계관에서도 유독 비극적인 삶을 살아간 인물이
있었으니, 오늘은 그 인물에 대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네크로맨서
니흘라탁은 원래 라트마의 사제들 소속, 즉 네크로맨서
였던 부모님에게 태어난 외아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교단의 관습에 따라 본인도 네크로맨서로서 삶이 정해져
있었죠. 허무주의적 성향이 강했던 네크로맨서들의 삶에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던 그는 자카룸교에 대한 서적을 읽고
빛의 마법을 배우겠다고 다짐합니다.


*팔라딘이 되기 위하여
부모님께 자카룸교의 일원이 되고 싶다고 말하지만,
크게 혼날 뿐이었습니다.
차라리 학문적 기능이 강한 비제레이의 마법이나
드루이드의 가르침이라면 한 번쯤 고려해볼 만 했으나,
중도를 가장 중시하는 라트마의 사제들에게
빛을 표방하는 자카룸은 가르침에 정면으로 
반하는 종교였기 때문에 더욱 그랬습니다.


결국 교단에서 무단이탈을 한 뒤 니흘라탁은 
자카룸교단에 문을 두드렸습니다.

하지만 자카룸은 메피스토에 의해 증오로 가득 차 있었죠.
죽음의 힘에 대해 가장 이해가 깊은 강령술교단 출신이었으니
니흘라탁은 단박에 뭔가 잘못되었음을 느끼고 자카룸을
뛰쳐나와 다시 고향으로 향했습니다.

*추방
돌아온 니흘라탁을 기다리는 건 분노한 교단의 처벌이었습니다.
무단이탈만으로도 중범죄였는데 빛을 섬기기 위해 무단이탈
하였으니 사형은 정해진 수순이었죠.


하지만 아들의 목숨만은 살리고 싶었던 부모님은 고위직
에 있던 자신들의 직위를 이용하여 사형만은 면케 하였습니다.

나이가 아직 어리다는 이유로 추방형으로 감형 당하게 됩니다.


*바바리안이 되다
파계승으로 낙인찍힌 니흘라탁은 정처 없이 성역 이곳저곳을
방황하다가 눈 덮인 산에 다다릅니다. 아리앗산이었죠.
긴 여정으로 지친 니흘라탁을 바바리안 부족은 따뜻하게
맞아주었습니다.


가족이 생긴 니흘라탁은 자신이 가진 모든 지식을 동원하여
투박한 바바리안들의 삶에 섬세한 부분으로 녹아들었고
부족에 헌신한 지 30년이 지났을 때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바바리안 부족의 장로로 선출됩니다.
외지인으로서는 파격적인 대우였죠.


*바알의 침공
디아블로2의 배경 시점이 되었고, 
바알이 아리앗산으로 침공해 옵니다.
바바리안 장로들이 모두 모여서 어떻게 바알을 막을 것인가
토론을 벌이게 됩니다. 
여기에서 니흘라탁도 의견을 제시합니다.


"지원군도 없는 지금 이대로는 의미 없는 죽음만 맞이할 뿐이오.
잠시 아리앗산을 떠나있읍시다."

다른 장로들은 오히려 니흘라탁을 겁쟁이라고 비난할 뿐이었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악마군에 의해 수도 세체론이 함락당하고
많은 장로 또한 바알에게 죽임을 당하게 됩니다.

하로가스에서 드루이드의 주문으로 겨우 버티고 있었기에
니흘라탁은 겁쟁이라는 오명을 듣고도 남은 바바리안들에게
아리앗산을 떠나자고 외칩니다.
이는 자신을 받아준 바바리안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에서
나온 진심이었죠.

하지만 역시나 바바리안들은 떠날 생각이 없었습니다.


어릴 적 추방으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트라우마가 있던 니흘라탁은
결국 남은 바바리안들을 살리기 위해 정신 나간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악마와의 거래
정신 나간 계획이란, 
자신과 바바리안 일족의 생존을 보장하는 대가로
고대인(바바삼형제)이 지키는 정상의 입구를
우회해서 갈 수 있는 유물을, 바알에게 건네는 것이었죠.


계획을 실행하기 전 평소 친분이 있던 장로 어스트의 딸 앤야에게
이야기하였으나 앤야가 극렬히 반대하자 그녀가 발설하지 못하게
얼음감옥에 가두게 됩니다.


결국 니흘라탁은 유물을 바알에게 건넸지만
바알은 당연히 약속을 지킬 생각이 없었고 
니흘라탁을 몬스터화 시켜버립니다. 

*여담
1.앤야의 아버지 어스트는 시네마틱에 등장하는 이 사람입니다.


2.몬스터 니흘라탁은 강령술교단에서 배웠던 네크로맨서
스킬을 사용합니다.


3.니흘라탁,닐라트하크,닐랏하크,닐라탁 등
이름을 발음하는 게 애매해서 여러 나라에서 다르게 부릅니다.
한때 우리나라에서는 '니라트하크'라는 괴랄한 이름으로 표기됐었습니다.
가장 원발음과 가까운 표기는 '닐라싹'입니다.(nihlathak)


4.이름은 허무주의를 뜻하는 라틴어 '니힐(Nihil)에서 따왔다는 썰이 있습니다.


5.당시 한창 인기 있던 애니메이션 '이누야샤'에 '나락'이라는
캐릭터가 등장하였기에, 니흘라탁 참 을 '나락참'이라고 불렀고
많은 사람이 '나라트하크'라는 이름으로 알았습니다.


네크로맨서로 태어났으나 팔라딘을 꿈꿨고 바바리안의 삶을 살다가
악마가 된 비운의 존재 니흘라탁.
대악마에게 세계석을 넘기는 희대의 멍청한 짓을 하였기에
배신자로서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하지만 그의 삶을 살피고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알게 된다면 아주 조금은 비난의 강도를 낮출 참작 사유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반응형
댓글
공지사항